주변 지인이 "집값은 올랐는데 왜 이렇게 생활이 빠듯하지?"라고 하던 말이 요즘 들어 자꾸 떠오릅니다. 2026년 서울 강남 일부 아파트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26% 넘게 오르면서, 보유세와 건강보험료가 동시에 뛰는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자산은 늘었는데 정작 손에 쥐는 현금은 줄어드는, 이 불편한 구조를 한번 짚어봤습니다.

공시가격 급등, 강남 은퇴자가 먼저 맞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좋은 일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은퇴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2026년 기준 서울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8.67%입니다. 그런데 강남·송파·서초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24.7%로 서울 평균보다 훨씬 높고, 성동·용산 등 한강 인접 자치구도 23.1%였습니다. 그 외 자치구의 상승률 6.9%와 비교하면 지역별 편차가 상당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부동산의 공식 기준 가격입니다. 여기서 공시가격이란 실제 거래가격(시세)과는 다르게, 재산세·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행정상 가격을 말합니다. 올해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현실화율 69%가 적용됐는데, 현실화율이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 부담이 연쇄적으로 커진다는 점입니다. 강남구 선경 아파트(전용 127.75㎡)의 경우 공시가격이 29억3900만원에서 37억300만원으로 뛰었고, 이 한 가지 변화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보유세·건강보험료 동시 상승, 얼마나 달라지나
제가 직접 계산 과정을 따라가 봤는데, 숫자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산세 과세표준이란 실제 세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합니다.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 초과 구간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45%가 적용됩니다. 과세표준 상한제(5%)를 적용하면 해당 아파트의 올해 재산세 과세표준은 약 14억500만원으로, 전년 12억2700만원보다 약 1억7800만원 늘어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공시가격 중 실제 과세 기준으로 인정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재산세는 45%,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60%가 각각 적용됩니다. 종부세란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재산세 외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핵심 항목입니다.
홈택스 기준으로 해당 아파트 부부 공동 명의 세대의 올해 보유세 추정치는 약 1,380만원으로, 전년 960만원보다 420만원, 비율로는 44%가 증가합니다. 여기에 건강보험료까지 더해집니다. 국민연금으로 월 200만원을 받는 은퇴자의 경우 올해 지역 건강보험료 예상액은 연간 440만원으로, 2026년 11월부터는 월 36만6330원을 납부하게 됩니다. 건강보험공단 모의계산 기준입니다.
은퇴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면 직장 가입자와 달리 소득뿐 아니라 재산세 과세표준까지 보험료 산정에 반영됩니다. 지역 가입자란 직장을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를 말합니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소득 변화가 없어도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입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은퇴자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피부양자 자격 요건도 있습니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직접 부담하게 됩니다. 탈락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 연 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원을 넘는 경우
- 연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여기서 연 소득에는 국민연금, 금융소득(이자·배당),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금융소득은 1,000만원을 초과해야 전액이 합산됩니다. 배당소득이 999만원이면 아예 없는 것으로 보고, 1,000만1원이 되는 순간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즉, 1,000원을 더 받으려다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역진성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 역전' 구조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당황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은퇴 후 현금 흐름 중심으로 자산 구조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제가 주변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은퇴 후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갖고 계신 분이 "집값이 올라서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고 하셨습니다. 연금으로 월 200만원이 들어오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세금과 보험료, 관리비로 빠져나가고 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그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연간 국민연금 수령액 2,400만원에서 보유세 1,380만원과 건강보험료 440만원을 합한 약 1,820만원을 빼면 실수령 가능한 현금은 580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을 더하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됩니다. 자산 가치는 37억원이 넘는데 생활 가능한 현금은 없는, 이른바 '자산 부자, 현금 빈곤' 상태입니다.
이 구조가 특히 문제인 이유는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시가격 상승→과세표준 증가→보유세 및 건강보험료 인상→소비 여력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흐름은 매년 반복되고 누적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문제를 은퇴 전에 미리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현행 제도가 자산 가치 상승을 기준으로 부담을 늘리는 구조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납부 능력이나 현금 흐름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일정 기준을 조금만 넘어도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구간 설계 방식도 형평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분이라면, 보유 자산의 규모보다 매달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 흐름 구조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 국내 주식형 ETF 매매 차익은 비과세라 건강보험료 산정에서 빠지는 점 등 구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미리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세금 및 보험료 계산은 반드시 전문가나 관련 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