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 높이 철골 위에서 노동절을 맞은 택시 기사가 있습니다. 고영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장은 지난 3월 30일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처음엔 "또 고공 농성"이라고 흘려 넘기려 했는데, 왜 하필 노동절에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고공농성이 말하는 것, 택시 월급제란 무엇인가
혹시 택시 월급제가 정확히 어떤 제도인지 알고 계신가요? 저도 처음엔 막연하게 "택시 기사에게 월급을 주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훨씬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택시 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의 소정근로시간(정해진 계약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그에 맞는 고정급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소정근로시간이란 노사 간 계약으로 정해진 정상 근무 시간을 의미하며, 이것이 보장되어야 비로소 고정 급여 산정의 기준이 생깁니다. 이 제도는 2021년 1월 서울에 우선 도입되었고, 원래는 2024년 8월에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두 번 밀렸습니다. 택시 회사의 경영난을 이유로 처음에 2026년 8월로 2년 유예되었고, 이번에 국회에서 다시 한 번 2년 유예하는 내용의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택시발전법이란 법인택시 산업의 발전과 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함께 규율하는 법률로, 월급제 확대 시행의 법적 근거가 바로 이 법에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개정안에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회사와 노동자가 협의해 전체 면허 대수의 40% 이내 기사에 한해 주 40시간 보장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까지 담겼습니다.
고 분회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40%의 예외 대상을 회사가 결정한다면,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먼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월급 보장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구조, 이것이 위헌 소지까지 있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따져볼 만한 지점입니다.
저는 지인을 통해 택시 기사의 실제 수입 구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겉으로는 자유로운 직업처럼 보이지만, 하루 수입이 들쭉날쭉한 데다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운영 방식)을 채우지 못하는 날에는 사실상 적자가 되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사납금이란 법인택시 기사가 하루 영업 후 회사에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는 제도로, 수입이 적더라도 납부 의무가 발생해 노동자의 소득 불안정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온 방식입니다. 월급제는 바로 이 사납금 방식을 대체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급제 전국 확대 시행이 2026년 8월에서 2028년 8월로 추가 2년 유예
- 시행 후에도 전체 면허의 40% 이내 기사는 주 40시간 보장 제외 가능
- 제외 대상 선정을 노사 협의로 하되, 실질적 기준이 불명확
- 고 분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해당 법안 거부권 행사를 촉구 중
근로시간 보장 없이 생존권도 없다, 이 구조의 문제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요? 제가 경험상 느낀 건데, 노동 현장의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면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택시 기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손님이 없는 날 몇 시간씩 공회전하며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나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는 현실은 그 이야기를 직접 듣기 전까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근로시간 보장은 단순히 몇 시간 일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이 보장되어야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명확해지고, 각종 사회보험 가입 요건도 충족됩니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모두 근로시간과 급여 기준에 따라 수혜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월급제의 후퇴는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사회보험 체계 밖으로 노동자를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소득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더욱 불안정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고 분회장이 농성 중 혈압 160을 기록했다는 대목은,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시위가 아니라 건강을 담보로 한 절박한 요구임을 보여줍니다.
물론 회사 입장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영 효율성(회사가 비용 대비 수익을 최적화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모든 기사에게 고정급을 보장하면 도산 위기에 처하는 중소 법인택시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저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 보호 조항에 구멍을 뚫어 놓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보완책 없이 예외를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경영난이 심한 회사에 대한 공적 지원 방안이나 구조조정 절차, 또는 단계적 이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채 그냥 유예와 예외로만 처리된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업계 현실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압력에 밀린 정치적 타협에 가깝다고 봅니다.
고 분회장이 고공 농성장에서 2026 세계노동절 인천대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5000명이 모인 행사장 아래에서, 20m 위 사람이 손을 흔드는 그 장면. 제도 개선을 평소에 논의할 창구가 충분히 열려 있었다면 저 사람이 저 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를 단순히 단체 행동의 표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출처: 민주노총).
결국 중요한 건 어느 한쪽의 완전한 희생이 아니라 최소한의 균형점입니다. 노동자가 하루 몇 시간 일하고 얼마를 받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건 직업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습니다. 택시 월급제가 처음 서울에 도입된 지 5년이 지났고, 그 경험에서 쌓인 데이터가 있는데도 전국 확대가 계속 미뤄지는 건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거부권 행사 여부와 별개로, 이 논쟁이 좀 더 현실적인 보완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고공 농성이 유일한 출구가 되는 구조만큼은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