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폐플라스틱을 30%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과감한 목표처럼 들렸는데, 저는 솔직히 첫 반응이 "그래서 어떻게?"였습니다. 목표를 선언하는 것과 실제로 이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30% 감축, 숫자 뒤에 숨은 현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 계획'의 핵심은 신재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700만 톤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신재 플라스틱이란 나프타(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석유화학 원료)를 원료로 새로 만들어낸 플라스틱을 의미합니다. 재생원료가 아닌, 말 그대로 처음 생산되는 플라스틱입니다.
그런데 현재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이미 780만 톤이라는 점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목표치인 700만 톤은 지금보다 80만 톤을 줄이는 수준인데, 이것을 '30% 감축'으로 표현한 이유는 아무런 대책 없이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배출량이 1000만 톤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치와 비교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과 비교한 감축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했을 때의 미래'와 비교한 수치입니다.
감축 방안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여 100만 톤을 감축하고, 재생원료 사용 확대로 200만 톤을 추가로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재생원료란 폐플라스틱을 재처리해 다시 원료로 쓸 수 있도록 만든 소재를 말합니다. 이미 먹는샘물과 음료 페트병에는 재생원료 10%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이를 식품·화장품 용기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입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공기관 장례식장부터 다회용기 전환, 민간으로 확대 (현재 1075개 장례식장 중 다회용기 사용 100곳)
- 공공청사 일회용 컵 반입 제한 및 텀블러 할인 확대
-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대상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추가
- 종량제 봉투 속 혼합폐기물 선별 시설 확충
- 폐기물부담금 요율 차등 적용 검토 (재생원료 사용 여부, 제품 수명 기준)
EPR이란 제품을 만든 기업이 해당 제품의 폐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소비자에게만 분리수거 책임을 미루지 않고 생산자에게도 비용과 의무를 지우는 구조입니다.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플라스틱 컵 하나당 부과 금액이 2원에 불과하고 이 요율은 2012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계속 걸립니다(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은 허공에 뜬다
제가 직접 분리수거를 꼼꼼히 해봤는데, 그 경험이 이번 정책을 보는 시각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페트병 라벨을 일일이 떼고, 비닐과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배출하고 나면 결국 혼합폐기물로 뭉쳐서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허탈함이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이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분리수거 이후 단계인 선별, 압축, 재처리 전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리 꼼꼼히 분류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번 정책에서 종량제 봉투 속 혼합폐기물 선별 시설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그래서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대책 전반을 들여다보면, 규제보다는 '유도'와 '협약' 중심의 방식이 많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강제로 하는 것인지 권고하는 것인지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언제, 어떻게,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업에게는 협조를 구하고 소비자에게는 실천을 요구하는 구조라면, 책임의 무게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번거로웠습니다. 그런데 습관이 되고 나니 오히려 편리해졌고, 제 행동이 조금은 바뀌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주변을 보면 여전히 편의성 앞에서 일회용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걸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시스템이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으면 사람은 편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니까요.
순환경제란 자원이 생산→소비→폐기로 끝나는 선형 구조 대신, 폐기물이 다시 원료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경제 모델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생산 단계에서의 규제가 핵심입니다. 이미 재활용 선별 시스템이 포화에 가까운 상황에서, 재활용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70% 수준으로 집계되지만, 실제 물질 재활용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출처: 환경부).
정리하면, 이번 탈플라스틱 정책에서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은 생산 단계에서의 강제성 부재입니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나 혼합재질 포장재 규제 같은 생산자 책임 강화 없이는, 아무리 재활용 인프라를 늘려도 들어오는 플라스틱 총량 자체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정책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누가',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비용은 어떻게 분담해서' 실행할지가 법제화 수준으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저는 텀블러를 챙기면서도 계속 회의적인 눈으로 지켜볼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6개월 후 실제로 어떤 후속 조치가 나오는지를 함께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4/000017859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