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현장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정작 잘못된 구조를 만든 사람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4월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서씨(59)가 대체인력 차량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 자리에 원청은 없었을까'였습니다.

원하청 구조와 대체인력 투입,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일반적으로 파업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맞붙는 구도로 알려져 있지만, 저의 경험상 현장의 실제 구도는 꽤 다릅니다. 예전에 물류센터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배송기사들이 '개인사업자'라는 계약 형식과 달리 실제로는 정해진 물량과 시간에 철저히 묶여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출발 시각, 배송 순서, 반납 시각까지 사실상 다 정해져 있었고, 자유롭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구조도 비슷합니다. CU 배송기사들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의 하청 운송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일합니다. 여기서 원하청 구조란, 실질적인 운송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BGF리테일)과 표면상 계약 당사자인 하청(BGF로지스 및 그 아래 운송사) 사이에 노동자가 끼여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와 계약서에 적힌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려 해도 책임 있는 주체를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에 교섭 요구 공문을 여섯 차례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결국 4월5일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BGF리테일 측은 파업이 시작되자 비조합원 기사를 동원해 배송을 강행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체인력 투입입니다. 여기서 대체인력 투입이란, 파업으로 업무가 중단된 상황에서 사측이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거나 도급 계약을 통해 파업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43조는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상황에서 서씨를 포함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대체 차량을 막아섰고, 경찰이 시위대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비조합원 차량이 조합원들을 향해 돌진하며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경남경찰청은 운전자가 전방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운전자는 4월23일 구속됐습니다.
이 사건의 구조적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청 BGF리테일은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를 여섯 차례 거부했습니다.
- 파업 중 대체인력 투입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경찰이 사측 차량 이동을 돕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 운전자는 미필적 고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을들의 전쟁, 그 위에는 누가 있었는가
이번 사고를 목격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가해 운전자에 대해 "그분도 저희랑 똑같은 입장이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 마디가 이번 비극의 본질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파업 참가자와 대체인력 기사, 그리고 물건이 안 들어와 발을 구르는 가맹점주까지, 이 충돌 구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파업이 길어지면 "노조가 너무 강경하다"는 비판이 먼저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 전에 물어봐야 할 질문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왜 이 사람들은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가'입니다. CU 배송기사들은 하루 13시간, 월 25~26일 일해 300만원대 초중반을 받습니다. 쉬고 싶으면 자기 대신 뛸 차량 비용 수십만원을 스스로 내야 합니다. 예전에 택배기사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하루 물량이 너무 많아 식사도 제대로 못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3월10일에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이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을 말합니다. 제도가 생긴 것은 맞지만, 현장에서 그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보여준 현실입니다. 법이 있어도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입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개념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수고용직이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성격을 모두 가진 종사자를 말하며 화물차 기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형식은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사업자에게 소득을 의존하고 계약 조건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약 22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들 중 상당수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단체교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이번 CU 배송기사 사태는 그 구조적 허점이 얼마나 위험한 방향으로 터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결국 4월30일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유급휴가 연 4회, 대차 비용 상한 기준 마련, 운송료 인상, 단체교섭 정례화, 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 철회가 합의 내용에 담겼습니다. 서씨가 숨진 지 열흘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저는 이 타이밍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왜 사람이 죽고 나서야 마주앉은 걸까요.
이 사건은 노사 갈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도로 위에 서야 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조금 더 여유 있는 노동 환경, 교섭이 가능한 통로, 그리고 원청이 책임을 지는 구조가 갖춰져 있었다면 이 비극은 반복되지 않았을 겁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산업의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게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노무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