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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 판 7000원 (계란값, 공급 절벽, 태국산 계란)

by 효도니 2026.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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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카트에 계란 한 판 올리고 나서 잠깐 멈칫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장을 보다가 7000원에 육박한 가격표를 보고 손이 멈췄습니다. 1만 원이면 계란에 우유, 라면까지 여유 있게 담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제는 계란 한 판에만 절반 이상이 사라집니다.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닙니다. 숫자가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AI 생성한 이미지

7000원을 넘긴 계란값,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혹시 요즘 계란 코너에서 발걸음이 느려진 분 계신가요?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4일 기준 계란 특란 30구 한 판의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7273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 서울은 같은 날 기준 7944원으로 이미 8000원선 직전까지 올라섰고, 대전·부산도 7613원에 달했습니다.

저도 직접 장을 보면서 체감한 부분인데, 국산 계란 매대 앞에 서면 선뜻 손이 안 갑니다. CJ제일제당의 무항생제 계란 15구가 7490원, 풀무원의 동물복지 목초란 15구가 9990원이니, 15구에 1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도 "이젠 계란도 마음 편히 못 산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기호품도 아니고 매일 먹는 식재료인데, 이 정도면 장볼 때 진지하게 예산 계산을 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올해 상황이 유독 가파른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월 설 직후에는 정부 할인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6000원대까지 내려갔던 가격이 지원 종료와 함께 다시 10% 이상 급등했습니다.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불리는 7000원선이 뚫린 뒤, 이제는 8000원선마저 넘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태입니다.

현재 가격 흐름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국 평균 특란 30구 소비자가격: 7273원 (2026년 5월 4일 기준)
  • 서울 기준: 7944원으로 8000원선 근접
  • 광주·제주·강원·전북 등 주요 지역 모두 7000원 초과
  • 올해 2월 대비 10% 이상 급등

공급 절벽의 진짜 원인, 고병원성 AI와 사육 밀도 규제

계란값이 잡히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유통 마진 문제를 의심하기도 하는데,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공급 자체가 줄어든 구조적 문제가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핵심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입니다. 고병원성 AI란 바이러스 병원성이 매우 강해 가금류에서 높은 폐사율을 유발하는 조류인플루엔자로, 발생 시 방역 지침에 따라 해당 농장과 인근 농장의 가금류를 전량 살처분해야 합니다. 지난 겨울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총 21건이었고, 이 가운데 산란계 농장 발병만 1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건이나 늘었습니다. 그 결과 4월까지 살처분된 산란계 규모가 100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전년도 살처분 규모인 483만 마리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겹쳤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알을 가장 활발하게 낳는 6개월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612만7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급감했습니다(출처: 국가데이터처). 동물복지 기준 강화에 따른 사육 밀도 제한이 본격 시행되면서 같은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 마릿수 자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사육 밀도 제한이란 마리당 최소 사육 공간을 법으로 규정하는 조치로,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이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터진 게 문제입니다. AI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타이밍에 구조적 사육 제한까지 겹쳤으니, 생산량 회복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산란계 마릿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업계의 전망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태국산 계란, 농할 할인, 그 다음엔 무엇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계란 도입과 정부 협력 할인 행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최초로 태국산 신선란을 직수입해 30구 한 판 5890원에 한정 수량 판매를 진행했고, 롯데마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한 농산물 할인 지원(농할) 행사를 통해 국산 특란을 할인 가격에 제공 중입니다. 농할이란 정부 재정을 활용해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할 때 일정 비율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로, 마트 자체 할인과 중복 적용되면 체감 가격을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행사를 적극 활용하는 편인데, 솔직히 이건 매번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행사 기간이 끝나면 가격이 다시 오르는 패턴이 반복되고, 수입산 한정 수량은 워낙 빨리 소진됩니다. 5890원짜리 태국산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가 됐다는 것 자체가 국내 계란 공급 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매번 AI가 발생할 때마다 수급 불안이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산 농가가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지원책, 유통 단계별 마진 투명화, 그리고 국내 공급망이 흔들릴 때를 대비한 비축 체계 등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올해 같은 상황은 충분히 다시 올 수 있습니다. 계란값이 오를 때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게 이제는 더 이상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계란 한 판 가격이 서민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된 지금, 당분간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당장은 농할 행사나 수입산 선택지를 현명하게 활용하되, 가격이 오를 때마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과 생산 기반 안정화 문제를 함께 따져 묻는 소비자 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만 가벼워지는 상황, 이제는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08287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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