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한 번도 가격 기준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병원마다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들쭉날쭉한데도 그냥 "원래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오는 7월부터 정부가 도수치료 가격을 직접 정하는 관리급여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제가 그동안 얼마나 불분명한 기준 속에서 치료를 받아왔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실손보험 있으세요? 그 한마디가 불러온 과잉진료
제가 허리 통증으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진찰보다 먼저 꺼낸 말이 "실손보험 있으시죠?"였습니다. 실손보험이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 중 본인 부담분을 보험사가 대신 지급해주는 상품으로, 가입자는 사실상 치료비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게 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비용에 둔감해진다는 걸 알기에,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치료 강도를 달리하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보험이 있다고 답하자마자 주 2~3회, 패키지 형태로 치료를 권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계속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이게 필요한 치료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험이 없었다면 같은 권유를 받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도수치료 시장 규모는 연간 1조 5천억 원에 달하며,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치료비는 1회 30분 기준 약 11만 원 수준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동일한 치료임에도 어떤 곳은 5만 원, 다른 곳은 15만 원 이상을 받는 상황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비급여 진료란 건강보험 적용 없이 병원이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하는 항목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의료 시장의 '가격표 없는 구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이 구조를 더 키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란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때 상대방이 과도하게 행동하게 되는 현상으로, 실손보험이 있으면 환자도 치료 남용에 둔감해지고 병원도 이를 활용하는 유인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 비용은 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국민 전체에게 돌아왔습니다.
관리급여 전환, 수가책정이 핵심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의 핵심은 관리급여 제도입니다. 관리급여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의 중간 형태로, 비용의 95%는 환자가 내고 건강보험이 5%를 지원하되 정부가 가격 상한선과 치료 횟수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5%라는 보험 지원 비율이 아니라, 정부가 수가(의료행위에 대해 지급되는 공식 가격)를 정할 수 있다는 권한을 가져온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수가는 1회 30분 기준 4만 원대 초반입니다. 현행 평균 가격인 11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입니다. 치료 횟수 역시 일반 환자는 주 2회, 연간 최대 15회로 제한되고,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만 9회를 추가해 연간 24회까지 인정됩니다.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리급여 전환: 정부가 가격과 횟수 상한선을 직접 결정
- 수가 책정 기준: 1회 30분 4만 원대 초반(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확정 예정)
- 치료 횟수 제한: 일반 환자 연간 최대 15회, 수술 후 재활 환자 최대 24회
- 초과 진료 시: 환자와 건강보험 양쪽 모두 청구 불가(임의비급여 처리)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문 자격을 갖춘 치료사가 책임지는 의료행위를 시중 마사지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는 건 의료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도수치료 시장 자체가 고사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제대로 훈련된 치료사를 고용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따르고, 그게 반영되지 않은 가격은 결국 치료의 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치료질은 지킬 수 있을까, 균형의 문제
솔직히 저는 이번 정책이 방향은 맞지만 방식은 아쉽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과잉진료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획일적인 수가 통제가 치료의 질(Quality of Care)에 미치는 영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치료의 질이란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실제로 받는 서비스 수준과 임상적 효과를 의미하는데, 비용 압박이 커지면 숙련도 높은 치료사 대신 경력이 짧은 인력을 쓰거나 치료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척추관 협착증이나 회전근개 파열 수술 후 재활처럼 장기적인 도수 재활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제한된 횟수 때문에 중간에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건 과잉진료 차단과는 전혀 다른 피해입니다. 재활 치료는 연속성이 중요한데, 횟수 제한이 그 연속성을 끊는다면 오히려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병원 간 수준 차이가 꽤 크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어떤 곳은 치료사가 꼼꼼히 상태를 확인하고 동작을 교정해주는 반면, 어떤 곳은 시간을 채우는 수준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가격이 높다고 치료가 좋다는 보장도 없었고,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가격 기준보다 치료 질을 판단할 정보가 더 절실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도수치료 관리급여화를 비급여 시장 전반을 재편하는 시험대로 삼겠다는 입장입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수가를 확정하면 7월부터 즉시 시행되며, 이후 신경성형술이나 체외충격파치료 등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도 관리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입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리하자면, 이번 정책은 과잉진료를 막고 의료 자원을 응급·소아 같은 필수 의료 분야로 돌리려는 큰 그림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수가만 낮추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도수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 기회가 보장되는지, 치료 질을 담보할 기준이 함께 마련되는지가 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봅니다.
도수치료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병원을 선택하기보다 7월 이후 제도가 어떻게 안착되는지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어떤 제도든 처음 시행 초기에는 혼선이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na.co.kr/view/AKR20260513075500530?section=society/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