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뒤에서 밀려오는 인파 때문에 균형을 잡느라 아찔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꽤 자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금의 '한 줄 서기' 문화를 '두 줄 서기'로 바꾸는 캠페인을 다시 추진한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한 차례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정책인데, 이번엔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실제로 타보는 입장에서 어떻게 느꼈는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한 줄 서기가 만드는 위험, 실제로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매일 혼잡한 역을 이용하다 보니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완전히 몸에 배어 있습니다. 오른쪽에 서고, 왼쪽은 급한 사람들이 걸어 올라가는 방식이죠. 지각이 걱정되는 날이면 저도 왼쪽으로 빠르게 올라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방 끈이 손잡이에 걸리면서 발을 헛디딜 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거 생각보다 위험하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저만의 일이 아닌 것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135건 가운데 이용자 과실로 분류된 사고가 90건, 전체의 약 66.7%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넘어짐 사고의 비율이 77.8%로 가장 높았습니다(출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여기서 중대사고란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른 사고를 의미하는데, 수치로 보니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구조 측면에서도 한 줄 서기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쪽에만 하중이 집중되면 스텝 체인(Step Chain), 즉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구동시키는 핵심 부품의 편마모가 가속됩니다. 편마모란 특정 부위에만 마찰이 집중되어 불균형하게 닳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렇게 되면 장비 수명이 단축되고 정기 점검 주기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비 유지 비용이 늘어나는 건 결국 시민 모두에게 돌아오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두 줄 서기로 바꾸면 이 문제들이 실제로 해결될까요? 두 줄 서기의 기대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탑승 인원이 늘어나 대기 줄이 줄고 혼잡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양쪽에 균등하게 하중이 분산되어 스텝 체인 편마모 현상이 완화됩니다.
- 걸어 올라가는 행동이 줄어들어 넘어짐 사고 위험이 낮아집니다.
-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자세가 유도되어 고령자나 장애인의 안전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수치와 구조적인 이유를 보면 두 줄 서기 전환이 왜 거론되는지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저 역시 이 부분에서 머릿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 출퇴근 현장에서 납득이 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을 바꾼다고 문화가 바뀔까요? 현실적인 한계와 대안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를 처음 시도한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반발과 근거 부족이라는 비판 속에 2015년부터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이미 한 줄 서기가 '지하철 예절'로 굳어진 상태에서 캠페인만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겁니다. 제 경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줄로 서 있으면 뒤에서 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 불편함이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암묵적인 압박감이 꽤 강하게 느껴집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에는 2026년 상반기까지 연구 용역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뒤 적용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연구 용역이란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를 맡겨 정책 시행 전에 근거를 확보하는 방식인데, 과거에 비해 절차상으로는 한 단계 나아진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쌓겠다는 의지가 보이니까요.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혼잡도 지수(Congestion Index), 즉 특정 시간대와 장소별로 이용자 밀집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를 보면, 출퇴근 피크 타임과 한산한 오후 시간대의 에스컬레이터 이용 양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일률적으로 두 줄 서기를 강제하는 것보다는 혼잡 시간대와 비혼잡 시간대를 구분하거나, 역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차등 적용 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인간공학(Ergonomics)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공학이란 사람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을 환경 설계에 반영하는 학문인데, 에스컬레이터 폭이나 손잡이 높이에 따라 두 줄 서기의 실제 편의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후 설비가 많은 역에서는 두 줄로 서기에 공간 자체가 비좁을 수 있거든요. 제가 직접 몇몇 역에서 서 봤는데, 에스컬레이터 폭이 좁은 곳에서는 두 줄이 사실상 어색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서는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왜 지금 방식에 익숙해졌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캠페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와 현실을 반영한 적용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두 줄 서기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안전 개선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몸에 밴 이용 습관을 캠페인 한 번으로 바꾸기는 어렵고, 시간대나 장소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된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또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를 매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편의성과 안전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연구 용역 결과가 단순한 면피용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 이용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은 결과물이 되길 기대합니다.
참고: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60424051726YFN